제주도 추자도 예초리(제주시 추자면 신양리 산 20-1)에 천주교 순례지인 황경한의 묘가 있다. 묘비에는 순교자 황사영 알렉시오와 신앙의 증인 정난주 마리아의 아들의 묘라고 기록되어 있다. 순교자 황사영 백서(帛書) 사건으로 그의 부인 정난주 마리아가 제주도로 유배되는 과정에서 둘 사이에서 태어난 황경한을 평생 노비의 신분으로 살아가게 할 수 없어서 추자도에 남겨놓게 되었다고 한다.

하추자도에 남겨진 경한은 오씨(吳氏) 성을 가진 한 어부의 손에 거두어졌다. 경한이 추자도에 떨어졌을 때 그가 입고 있던 저고리 동정에서 나온 이름과 생년월일에 따라 그가 바로 황경한임을 알게 되었고 오씨의 아들로 키워졌다고 한다. 오씨의 집에서 장성한 경한은 혼인하여 두 아들 건섭과 태섭을 낳았는데, 그 후손이 아직도 추자도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한국 천주교 성지 순례,주교회의 순교자현양과 성지순례사목 위원회, 한국천주교주교회의, 2019, 201)

추자도 예초리에 한국천주교주교회의에서 정한 167(2019) 성지와 순교 사적지, 순례지 가운데 하나인 황경한의 묘의 맞은편에 내려다 보이는 물생이 바위 끝, 황경한의 묘에서 1.1km떨어진 이곳에는 눈물 형상의 십자가와 두 살 난 아기 황경한의 조형물이 있다. 가로 3m, 세로 5.5m의 십자가는 정난주 마리아의 눈물이 십자가에 맺혀 하늘로 오르는 모습을 표현했고, 두 살 난 아기 황경한을 형상화한 조형물은 묵주를 손에 쥐고 누워서 하늘을 바라보는 모습을 하고 있다.

 

 

 

 

 

 

 

 

 

 

 

 

 

 

 

 

 

 

 

 

 

 

 

 

 

 

 

 

 

 

 

 

 

 

 

 

 

 

 

 

 

 

 

 

 

 

 

한편 제주목 관비로 정배된 정 마리아는 온갖 시련을 신앙으로 이겨 냈으며, 풍부한 교양과 학식으로 주민들을 교화시켜 관비의 신분에도 불구하고 서울 할머니라 불리우며 이웃들의 칭송 가운데 살아갔다. 그리하여 대정 고을의 유지 김석구(金錫九, 1780~1870)라는 사람의 집에서 그녀를 침모로써 일하게 하고 불편없이 생활하게끔 별채까지 마련해 주었다고 한다.

신앙만을 유일한 위안으로 삼고 37년 동안 하느님께 봉헌된 삶을 살다가 183821() 66세를 일기로 병환으로 타계하자 김석구의 아들 김상집의 배려로 김씨 선산에 묻힐 수 있었다. 김상집은 추자도에 있는 황경한에게도 모친의 부고를 알리고 한굴 밭에 있는 후손들에게 정 마리아의 묘를 돌봐 줄 것을 유언으로 남겨 그 유언에 따라 그 후손들이 묘를 정성껏 돌보았다고 한다.

제주 용수 성지(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표착지) 기념관에는 김상집이 추자도의 황경한에게 보내는 정난주 마리아의 부고가 전시되어 있다. 이를 의역하면 다음과 같다.

 

추자도 예초리에 귀양살이하는 황 서방 본대에 삼가 드림

기해년(1839) 정월 23일 대정 서정리 주인 김상집

 

종전에 뵈온 바 없사오나 소식 종종 들어아옵더니 근래에 소식 듣지 못하오니 매우 딱하옵니다. 추위가 심한 요즘 기체후(건강) 어떠하온지 알고자 하옵니다.

어른(당신)의 이곳 대부인(大夫人: 모친) 정씨가 불행하여 지난해 2월 초하루 묘시(5-7시 사이)에 별세하신고로 장례를 잘 지냈사옵고, 부고 편지를 진작에 보냈사옵니다. 그러나 지금껏 회답이 없어서 의아해하던 차에 추자 사람 이 서방 편에 듣자와 안부를 알았사옵니다. 그러나 부고가 전해지지 않은 듯 하오니 세상사 가이없사옵니다.

이곳 주인 도리에 차마 박절하옵기로 제사와 명절 차례를 다 지내오니 그리 아옵소서. 마침 인편이 있기에 다시 자상한 편지를 하오니 그리 아시기 바라오며, 회답을 인편에 즉시 전하옵소서. 말씀은 한이 없사오나, 총총히 줄여서 올립니다.

 

황경한이 평생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걸었을 예초리 포구, 기정길, 추석산길, 신대산 전망대에 오르면 순교자 황사영 알렉시오와 신앙의 증인 정난주 마리아와 황경한 가족의 애절한 사연에 가슴이 먹먹해지게 된다. 누구든 한평생을 살아가면서 사연 없는 사람은 없겠지만 신앙 안에서 승화되어 주님 안에서 참된 기쁨으로 열매 맺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