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남도 예산군 대흥면에는 예로부터 의좋은 형제가 살았던 곳으로 유명한 마을이 있다. 밤에 몰래 서로의 논에 볏단을 건네줬다는 우애 깊은 이성만 · 이순 형제가 그 주인공이다. 고려말에서 조선 초기인 세종때에 충남 예산에서 호장을 지낸 이성만과 이순 형제가 나눈 형제애가 백성들에게 귀감이 된다 하여 연산조 3년에 우애비를 건립했다고 전해지는 우화였다. 이 우화는 1956-2000년 초등학교 교과서에 수록돼 50여년간 청소년들의 신교육 자료로 활용되어 왔다. 그런데 1978년 대흥면 상중리에서 우애비(충남도 유형문화재 102)가 실제로 발견되어 역사적 사실로 밝혀짐에 따라 2002년에는 대흥 동헌 앞에 의좋은 형제상을 건립하였고, 2004년에는 의좋은 형제 테마공원을 조성하였다.

이 테마공원과 효제비가 세워진 곳은두 번째 갔을 때 들렀다. 너무 일찍 새벽 해 뜰 때 도착했더니 잘 안 보인다. 

이 테마공원에서 의좋은형제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또 다른 의좋은 형제를 만날 수 있는 성지가 나온다. 바로 1801년 신유박해 때 하느님을 향한 신앙을 나누던 의좋은 순교자’, 복자 김정득 베드로와 복자 김광옥 안드레아 형제를 현양하는 대전교구 대흥 봉수산 순교성지이다. 비록 이들은 고향은 달랐지만 두 복자가 이존창 루도비코 곤자가에게서 교리를 배워 입교한 뒤 신앙생활을 같이 했을 뿐 아니라 공주 마곡사 인근 무성산에서의 은수 생활, 홍주청주병영한양 포청옥 등 옥살이를 함께했고, 결국은 순교에 이르기까지 탁월한 친교와 우애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고향으로 보내어 처형하라는 지시에 따라 18018월 두 순교자는 예산까지 함께 이송되었다. 이후 김정득은 대흥으로 보내졌다. 두 사람은 서로 헤어지면서 내일 정오, 천국에서 다시 만나세.”라는 작별 인사를 하고 김광옥은 예산에서 김정득은 대흥에서 약조대로 같은 날(825) 같은 때에 순교하였다.

 

 

그러나 뮈텔(Mutel, 閔德孝) 주교가 순교자들에 대한 자료를 수집해 작성한 치명일기(致命日記)에 따르면 대흥 고을 출신으로 복자 김정득 베드로 외에도 황 베드로, 백청여, 원지우 안드레아, 이 루도비코, 이 아우구스티노, 원 요셉 등 순교자 7위가 기록되어 있다. 2014816일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방문 당시 시복된 124명 순교자 중 49명 대부분이 내포지역에 살았고, 그중 29명이 예산 출신이었다. 이를 계기로 예산 출신 순교자들과 김정득 베드로와 김광옥 안드레아 두 복자의 순교 신앙을 현양하기 위해, 최근에 대흥 봉수산 순교 성지가 설정되었다.

미사 때와 예약된 시간에만 이 경당을 여나 보다

두 번째 갔을 때 새벽에 찍은 십자가의 길 중 하나. 성지 공원으로 조성된 둘레를 십자가의 길로 조성해 놓았다. 마치 성모님을 중앙에 두고 둘레를 감싸 안고 있는 형태였다.

봉수산 성지 옆에는 대흥 관아가 있으며, 그 안에 흥선 대원군의 척화비가 있다. 또한 관아 앞에는 의좋은 형제 효제비가 있고, 가까이에 대흥 옥’, ‘조리돌림 하던 저잣거리’, ‘순교한 참수 터등을 재현한 순교자 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대흥 봉수산 순교 성지는 성지로서 개발된 지는 얼마 되지는 않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의 자연 환경과 생태 회칙 찬미 받으소서를 구현하기 위한 취지로 백제와 후백제의 정기를 품은 봉수산과 예당호로 둘러싸여 배산임수 최적의 조건을 가진 순교의 땅이 바로 대흥 봉수산 순교 성지이기도 하다. 성지 근처에는 대흥 슬로시티와 예당호 출렁다리, 예당호수변길, 예산황새공원, 봉수산 자연휴양림 및 수목원 등 둘러볼 만한 생태 관광지들이 많다.

 

 

복자 김정득 베드로가 어떤 신앙생활을 이어왔는지는 상세히 전해지지 않는다. 다만 한양으로 압송되어 1801821(음력 713) 받은 사형선고 선고문을 통해, 그가 모진 박해에도 불구하고 용기 있게 신앙을 증언했을 뿐 아니라 이웃들에게 담대하게 하느님의 말씀을 전했고, 어떤 형벌과 문초에도 신앙을 반대하는 말이나 다른 신자들의 거처를 밝히는 말을 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선고문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국가의 금령을 두려워하지 않고, ‘제사는 폐지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하였다. 산속에 숨어 살면서 어리석은 백성들을 속이고 유혹하였으며, 형벌과 문초를 가하여도 아주 모질어서 굴복하지 않았다. 그 죄상을 생각해 보니, 만 번 죽어도 오히려 가볍다.”

성지에서 순례자들에게 나누어 주는 리플릿에 따르면 이 순교 성지의 은사와 영성으로 복자 김정득과 김광옥이 신앙과 은수생활, 옥순례와 순교에 이르기까지 탁월한 친교와 우애를 보여주었다는 점과, 목숨을 걸고 지킨 순교자 3를 들고 있다. . 천주를 배반치 말라. . 교우를 일러바치지 말라. . 성물과 교회서적을 바치지 말라. 요즘 신앙인이라고 하면서도 하느님과의 관계뿐 아니라 교우들과의 관계, 성물을 너무 안이하고 경솔하게 함부로 대하는 자세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준다.

한국천주교성지순례(2019),61쪽; 가톨릭신문 제3161호, 11면(발행일2019-09-08); 이희영 아녜스(대전 Se.명예기자), “의좋은 순교자의 땅”, 레지오 마리애」, 2019년 10월호, 61-65쪽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