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화

2020년 8월 21일 레지오 마리애 서울 무염시태 세나뚜스 담당 신부로 인사발령을 받은 서울대교구 이동훈 시몬 신부입니다. 코로나 펜데믹이라는 어려운 시기에 제가 소임을 맡게 되었습니다.
이 시기에 주회합으로부터 힘을 받지 못하는 레지오 단원들을 위해 지도신부 방을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여러 회의 때마다 간부들에게 하게 되는 영적 훈화와 월례미사 때 강론을 이 홈페이지에 올려놓아 이곳에 접속하는 레지오 단원들의 영적 교육으로 활용할 것입니다.
아울러 제가 국내 성지순례를 하면서 제게 맡겨진 레지오 단원들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다니는 곳마다 여러분들을 위해 초를 봉헌할 것이고, 순례지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기도를 이곳에 올려놓겠습니다.

제목제504차 월례회의 훈화(2021.1.31)2021-01-31 15:03
작성자 Level 9

영적독서: 14장 쁘레시디움 13-15. 13713-1387

 

나쁜 장교가 있을 뿐, 나쁜 사병은 없다.”고 나폴레옹은 말했다. 사병은 장교가 이끄는 대로 따라간다는 사실을 지적한 말이다. 레지오의 경우에도 일반 단원들은 간부들이 불어넣어 주는 정신과 활동의 수준을 뛰어넘기는 힘들 것이다. 훌륭한 간부를 찾는 일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일꾼이 응분의 품삯을 받는 것이 마땅하다면, 레지오 단원들도 훌륭한 간부들의 지도를 받는 것이 마땅한 일이 아니겠는가?

훌륭한 간부가 대대로 임명된다면 쁘레시디움의 질적 수준은 끊임없이 향상된다. 왜냐하면, 새로 임명된 간부는 자신의 쁘레시디움을 현재 수준 이하로 떨어뜨리지 않으려고 힘쓸 것이고, 자신만의 독특한 방법으로 쁘레시디움에 공헌하여 하나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서 노력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단장을 임명하는 일은 신중히 다루어야 할 과제이다. 단장을 잘못 임명하게 되면 쁘레시디움이 무너질 수도 있다. 단장을 선택할 때는 제342절에 나와 있는 단장의 자격 요건에 비추어서 각 후보자를 살펴본 후 결정해야 한다. 그런 자격 요건을 갖추지 못한 단원은 비록 다른 방면에 뛰어난 능력이 있다하더라도 단장으로 선택되어서는 안 된다.

꾸리아에서 문제가 있는 쁘레시디움을 개편할 때,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단장도 함께 교체해야 한다. 거의 대부분의 경우에 쁘레시디움이 잘못되는 원인은 단장이 직무를 게을리했거나 통솔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코로나가 오랫동안 지속되면서 교회의 미사 전례뿐 아니라 모임을 통해 이루어지는 주요활동이 정지되거나 여러 단체들조차 이래저래 큰 타격을 받게 되었다. 그 와중에도 일부는 SNS, 그룹 콜과 ZOOM 화상을 통해 비대면 회합을 진행해온 모임이 있었다. 이들은 환경이나 상황 탓을 하기보다는 위기를 기회로 알고 발 빠르게 적응하려는 노력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미 작년 가을에 세나뚜스 공지(서세 2020-9호 제500차 서울 무염시태 세나뚜스 월례회의 공지사항. 2020.9.20.)를 통해, 또한 월간 레지오 마리애(202011/12월호. 12-21)를 통해 비대면 주회합에 대한 방법과 사례를 제시했었다.

우리는 포스트(Post)’ 코로나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막연하게 닥칠 미래를 예상하며 준비하고 기다리기보다는 위드(With)’ 코로나 상황에서 그동안 생각해보지 못했던 현실적으로 드러나는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오히려 현재 겪고 있는 어려움 속에 그동안 문제가 없어 보였던 레지오 단원의 허와 실이 그대로 드러났기 때문이기도 하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갑자기 닥치지 않는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아무런 노력도 시도도 하지 않고 대책 없이 기다리기보다는 지금 겪고 있는 문제를 하나씩 풀어나가는 모습이 포스트 코로나를 맞이하는 참된 모습이 아닐까 한다. 그래서 포스트 코로나를 먼저 이야기하기보다는 위드 코로나에 대한 우리의 현재 모습들이 미래에 우리의 모습들을 만들어 준다.

우리는 그동안 대면 예배나 대면 주회합을 당연히 여기면서 주어진 조건과 상황에 별 문제를 느끼지 못하고 지냈다. 신자들도 지금의 어려운 상황 속에서 그 전에 전례 안에서 수동적으로 혜택을 받았던 은총을 이제는 삶 안에서 더 구체적으로 드러내는 은총의 삶을 살아야 할 때이다. 곧 예배와 집회 중심에서 삶 중심으로 그리스도의 신비를 더 찾아야 할 때이다. 그것은 레지오 단원이라 해서 다르지 않다.

지금의 이 상황에서는 레지오는 간부들, 특히 단장의 결단과 의지가 가장 필요한 시기이다. 오늘 선정한 영적 독서에서도 나쁜 장교가 있을 뿐, 나쁜 사병은 없다.”는 말의 인용을 통해 적절히 전해주었듯이 사병은 장교가 이끄는 대로 따라가기 때문이다. 레지오의 경우에도 일반 단원들은 간부들이 불어넣어 주는 정신과 활동의 수준을 뛰어넘기는 힘들 것이다. 교육학계의 오래된 불문율 중에도 교육의 효과나 성과는 질 좋은 교육의 내용이 아니라 교육시키는 그 사람의 인격과 자질을 결코 넘어서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는 말이 있다.” 어쩌다가 월간 레지오 마리애를 볼 필요가 없어 신청도 안 하겠다는 단장이 있다는 말을 전해 듣고 다소 충격을 받았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가 사회에서 발행해 내는 다른 잡지나 자료들보다 세속에서 살아가는 데 있어서 크게 도움이 안 되기 때문에 볼 필요가 없다는 것인지 아니면 레지오 정신이나 복음적 삶에 대해 도움이 전혀 안 되는 내용이 실려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인지 다소 헷갈리기까지 하다. 아니면 꾸리아에 레지오 마리애를 사줄 의연금이 턱 없이 부족하다는 말인지.

만일 그렇게 이야기하는 간부가 있다면 그 사람은 아직 복음화 되지 못한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더욱이 다른 세상의 잡지나 자료들이 레지오 단원으로 살아가는 데 있어서 형편없는 내용이라고 폄하한다면, 레지오 영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신부들의 글들이 형편없어서 레지오 단원들에게 도움이 안 되는 내용을 실어왔다는 것밖에 안 되지 않는가? 어떤 내용을 기대하기에 그런 말을 함부로 하는지. 레지오 마리애 월간지가 주식 정보나 주택 정보 세상 시사적인 내용을 전해주기를 바라는지. 월간 레지오 마리애는 레지오 단원들을 레지오 단원답게 만들어주는 월간지가 아닌가? 명예기자들이 발로 뛰면서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찾아내는 빛나는 모범 단원 사례들의 이야기들을 보면서 그런 이야기를 함부로 할 수 있을 것지. 자신은 그만큼 더 잘 살고 있는지.

코로나로 인해 신앙적 삶이 비대면 시대로 돌아서면서 주회합이 금지된 상황에서 단원들에게 더 많이 레지오 마리애 월간지라도 돌려 읽히면서 레지오 단원으로서 정체성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노력할 생각은 안 하고, 고작 레지오 마리애 월간지를 단장이 주회합 때 훈화나 할 생각으로 활용할 정도로 여기며 폄하한다면 그 내용들 안에 들어 있는 노력과 고생들을 다 버리겠다는 것인가?

세속적으로 아무리 똑똑하고 잘 나가는 사람이라 해도 그가 복음화되지 못했다면 배를 산으로 몰고갈 수 있다. 이는 그 자신뿐 아니라 레지오 전체에 손실을 가져오기도 한다.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키니 달은 보지 않고 손가락만 보면서 손가락 모양새만 따지는 사람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오늘 영적 독서로 선정된 주제는 교본 제14쁘레시디움에서 선정한 내용이지만, 이 내용은 꼭 쁘레시디움에 한정할 필요는 없다. 지금의 상황에서는 오히려 꾸리아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꾸리아는 비록 최하급 평의회이긴 하지만 레지오의 기간(基幹)이 되는 평의회로서 중요한 관리 기관이다. 교본에서도 레지오의 운명은 꾸리아의 손에 달려 있으며, 그 미래는 꾸리아의 발전 여하에 달려 있다.”(교본 제2824624-25)고 전하고 있다. “그러므로 꾸리아가 평의회로서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꾸리아 전체, 특히 간부들에게 높은 수준의 정신적 용기가 명백히 요구된다.”(같은 쪽 21-22)

더 나아가 레지오는 꾸리아가 단순히 관리 기구라는 임무 이외에 다른 임무를 수행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꾸리아는 그 소속 쁘레시디움의 심장이며 머리이다. 꾸리아는 일치의 구심점이기 때문에 각 쁘레시디움과 연결하는 유대의 줄(곧 평의원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일치는 더욱 튼튼해지며, 쁘레시디움은 레지오의 정신과 체계를 더욱 확실하게 드러내게 된다. 레지오의 본질과 관련되는 사항들을 충분히 논의하고 교육하는 곳은 꾸리아 회합뿐이다. 꾸리아 회합을 통하여 쁘레시디움은 이 모든 것을 배우고, 배운 것을 모든 행동단원들에게 확산시킬 수 있는 곳이다.”(24716-25)

어느 누가 간부로서의 책임을 맡고 있다면 레지오 단원들의 궁극적인 목표인 영혼들을 구원하는 강력한 수단인 레지오의 확장과 발전을 위하여 단원들로 하여금 책임 의식을 갖고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도록 만드는 일에 소홀히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2516-8) “책임은 참으로 모래를 금으로 바꾸어 놓는 힘”(25028)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