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화

2020년 8월 21일 레지오 마리애 서울 무염시태 세나뚜스 담당 신부로 인사발령을 받은 서울대교구 이동훈 시몬 신부입니다. 코로나 펜데믹이라는 어려운 시기에 제가 소임을 맡게 되었습니다.
이 시기에 주회합으로부터 힘을 받지 못하는 레지오 단원들을 위해 지도신부 방을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여러 회의 때마다 간부들에게 하게 되는 영적 훈화와 월례미사 때 강론을 이 홈페이지에 올려놓아 이곳에 접속하는 레지오 단원들의 영적 교육으로 활용할 것입니다.
아울러 제가 국내 성지순례를 하면서 제게 맡겨진 레지오 단원들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다니는 곳마다 여러분들을 위해 초를 봉헌할 것이고, 순례지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기도를 이곳에 올려놓겠습니다.

제목월간 레지오 마리애 정기총회(2021.3.19) 훈화2021-03-20 05:01
작성자 Level 9

- 하느님 앞에서 살아가는 사람 -

 

오늘은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배필이신 성 요셉 대축일이다. 요셉 성인에 대해서는 작년 서울 Se. 503차 월례회의(2020.12.20.) 영적 훈화로 전달해주었으니 홈페이지 지도신부 훈화방에 올려놓은 내용을 참조하면 되겠다. 단지 오늘 새벽에 성무일도 기도를 하다가 성무일도 독서기도의 제2독서에 시에나의 성 베르나르디노 사제의 강론이 실려있는데, 특별히 기억해야 할 구절을 인용해보았다. “하느님께서는 어떤 한 사람에게 은총을 베푸실 때 다음과 같은 일반 법칙에 따라 하십니다. 즉 특별한 은총을 주시려고 또는 특별한 위치에 올리시려고 어떤 사람을 택하실 때 그 사람에게 자기 직분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모든 은사를 베푸십니다. 이러한 법칙은 특히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양부이시며 세상과 천사들의 여왕의 참된 배필이신 성 요셉에게 훌륭하게 실현되었습니다. 그리고 요셉은 이 직분을 충실히 완수하였습니다. 그래서 주님은 그에게 착하고 충실한 종아, 네 주인의 기쁨 안으로 들어오라.’하고 말씀하셨습니다.”

 

매일 새벽에 일어나 바치는 기도 중 사제의 일상 기도가 있다. “사랑하올 주 예수님, 수많은 이들 중 저를 사제로 불러주셨으니 저에게 거룩한 힘을 주소서. 날마다 주님의 은총으로 새로워지게 하소서. .” 하느님께서 어떤 사람에게 당신이 필요하신 직분을 맡기실 때 그냥 대책 없이 맡기지 않으시고 반드시 그 직무에 필요한 은총을 주신다는 믿음 없이 우리가 그 일을 어찌 감당할 것인가? 여러분도 대체로 평의회 간부를 맡고 계시니 처음에 그 직책을 맡을 때 막연하고 암담하던 때가 있었으리라 생각된다.

그러나 직책을 맡으면서 유혹에 떨어지기 쉬운 것이, 임기 중에 뭔가를 이루어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다. 어떤 기자가 마더 데레사 수녀님께 이런 질문을 던졌다. “당신은 지금 캘커타빈민들과 살면서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을 먹이고 돌보는 일을 하고 있는데, 혼자서는 도저히 감당하기 힘든 그 어마어마한 일이 실패할까 두렵지 않으십니까?” 그러자 수녀님은 이렇게 대답하셨다. “하느님께서는 나를 성공하라고 부르신 것이 아니라 단지 당신의 자녀로 살라고 부르셨습니다.” 이 이야기는 곧 자신이 하느님 앞에서 무엇을 하는사람이 아니라 하느님 앞에서 어떻게 살라고 하시는지 가르쳐주는 말씀이다.

성경은 노아를 하느님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혹은 하느님 앞에서 걷는 사람”(창세 6,9)이었다고 표현한다. 그가 대홍수 중에 방주를 만들고 어마어마한 일을 수행해 낸 사람이라기보다는 그저 하느님 눈길 앞에서 걷는 사람, 하느님 마음에 드는 사람이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교회 내의 어떠한 직책이나 직무는 세상 사람들이 보기에 남다른 특별한 것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거기에 고착되다 보면 남다른 뭔가를 해내야 하는 사람처럼 보일 수 있고, 또 그래야 하는 것처럼 생각한다. 그러나 내가 하느님을 위해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해냈느냐보다는 하느님의 눈길 앞에서 어떻게 사느냐가 하느님께 더 소중하지 않을까 한다.

너희는 먼저 하느님의 나라와 그분의 의로움을 찾아라. 그러면 (너희가 걱정하는) 이 모든 것도 곁들여 받게 될 것이다.”(마태 6,33) 나머지는 덤으로 받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어떤 대단한 일을 수행해 내기 위해 특별한 은총, 내가 필요한 은총을 구하기에 앞서 하느님 앞에서 단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더 생각하면서 살아야 할 것 같다.

 

어렸을 적부터 잡지책을 접하게 되었다. 소년중앙, 새소년, 어깨동무. 중학생 때는 누님들이 즐겨보던 여학생, 대학입시. 신학생 때 방학 때 주일학교 교사들이 필수적으로 보아야 하는 디다케. 이처럼 다양한 월간지를 일상에서 자주 접하면서 지냈던 것 같다. 그런데 어렸을 적 보았던 월간지에는 성공한 사람들에 대한 기사들이 참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거기에는 이렇게 저렇게 살아서 성공했다는 일화들이 많아서 꿈을 이루고 성공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제시되었던 것 같다. 지금도 월간지에 나오는 내용들 중에는 상당 부분이 이러한 내용들로 가득 차 있으리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간혹 월간지 중에는 그 책만의 독특한 향기가 실린 것들이 있다. ) 가톨릭 다이제스트. 여기에는 윤학 변호사가 추구하는 소소하지만 인간미 넘치는, 가슴 뭉클하게 다가오는 감동적인 내용들로 가득하다. 그래서 리더스 다이제스트 월간지는 윤학 변호사가 추구하는 독특한 글만 싣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된다.

우리 레지오 마리애 월간지도 세상 사람들이 다 추구하는 성공 사례, 어떻게 하면 남들이 부러워하고 또 성공할 수 있는지와 같은 내용들보다는 하느님 앞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소개하는 책이었으면 좋겠다. 레지오 단원으로서 세상에서 특별한 것은 없지만 하느님 앞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그의 삶을 소개하는 내용들, 읽으면서 잔잔하게 마음에 울려오고, 또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것은 나같은 사람과는 상관없을 것 같은 부러운 이야기, 질투나 열등감을 주는 강렬함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잔잔한 영향력을 주기 때문이다.

거의 죽을 지경에 이르렀을 때 간절히 기도해서 살아나게 되었다는 특별한 은총이나 기적 체험에 대한 신앙 간증과 같은 이야기보다는 그냥 소소하게 하느님 앞에서 살아가는 이야기, 또 그렇게 살다 보니 덤으로 다른 것들마저 저절로 채워지는 삶의 이야기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먼저 하느님 눈길 앞에서 어떤 존재로 어떻게 살 것인지 찾다 보면, 다른 이에게 어떤 것을 줄 것인지는 저절로 떠오를 때가 많다. 만일 그것의 순서가 거꾸로 될 경우 우리는 죽을 때까지 자신의 욕심만 찾다가 가버리는 삶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